이따금 이성과 본능이 함께 가지 않을 때가 있다.
지키고 싶은 것을 위해서는 스스로를 내어주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한 순간에도 그렇다.
기실, 꽤 가성비가 좋은 등가교환이라는 것을 알았음에도.
물론 완벽히 모든 게 해결되진 않을 터이지만.
제 몸에서 고작 10%도 되지 않을 부위.
무게로 따진다면 1.4kg 정도 되는 것. 뇌와 눈 하나.
그것만 건넨다면 삶의 터전이 당장 무너지는 것을 막을 수 있으리라.
제 심장 소리가 기계장치의 소음으로 변했을 무렵부터 쭉, 현재의 자신이 '엔도 센리츠'가 맞는지 고민하던 소년은 선택의 기로 앞에서 한동안 망설였다.
R랩을 불신하는 건 아니다. 다만, 전기 회로에 의해 생각도 감정도 바뀔 수 있는 상태. 그렇게 된다면... ... . 레니게이드에 의해 뿌리깊게 박힌 공포는 무엇이라도 좋으니 자신의 현존을 증명하길 바랐다. 연구원이 웃었다.
"엔도 군, 사실 사람의 뇌도 전기 자극으로 통제가 가능한 것 알아?"
히메미야 유리카는 제법 단도직입적인 화법을 사용한다. 그녀는 가설을 검증하는 사람이기에, 어떤 논제가 있다면 답을 낼 뿐이었다. 사람에 따라서는 불쾌할 수도 있는 발언이었으나, 소년은 눈을 깜빡일 뿐이었다.
"그렇군요."
무언가, 가벼워진 기분이 들었다.
그렇구나. 이미 나는 누군가에 의해 통제되는 걸 막을 순 없는 상태인 거구나?
인정하고 나니 어쩐지 마음이 편안해졌다. 그는 제 손을 내려다본다. 인조 가죽 아래 놓인 전선과 기계 부품. 겉껍질만 겨우 인간을 흉내낸 사이보그. 하지만 당신들은 이런 나도 사람이라고 받아줬잖아. 그런 당신들이 지키고 싶었던 도시다.
선택을 내릴 수 있을 것 같았다.
기계든 사람이든 상관 없어. 지금의 결정을 기억하기만 한다면.
다른 무엇이 바뀌더라도 이 마음만은 변하지 않고 가져갈 테니까...